2010/03/07 13:07 | Any Impression/stage



일시 : 2010년 3월 6일 오후 3시
장소 : 한양레퍼토리씨어터
출연 : 이상홍, 정선아, 정일우


2006년 초연으로 봤던 이 연극에서는 솔직히 청초했던 정원조 준석밖에는 기억나는 것이 없었다.
이런 대사가 있었나 싶게.. 정말 열중하면서 봤는데..
2010년 다시 관람한 이 연극의 거의 모든 것을 좌지우지 하는 것은,
"고민에는 크기가 없다"고 무뚝뚝하게 위로하는 정진(이상홍)과 30대가 넘어선 여자의 얼굴에서는 "푸석~"한 소리가 난다고 처절하게 울부짖는 은우(정선아)가 결정짓는다는 사실의 깨달음이다.
결국 이 연극의 준석은 "샤방~"하게 웃어주고, "샤방~"하게 청초해주면 된다는 말이다.
(어느 누가 이 "샤방~"한 20대 초반의 게이를 사랑하지 않으랴!! -ㅁ-, 2006년 원조씨도 그랬었지~ 먼산~)

이상홍 씨의 정준은 적당히 찌질하면서, 적당히 무뚝뚝해주고, 적당히 어리숙하지만, 또 어느순간 예상치 못했던 위로하나로 급 호감의 남성으로 변신한다. 이렇게 따뜻하게 위로해줄 줄 아는 남자이니 준석이도 3년이나 그 품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이해되었다고나 할까. 또 이 남자에게 자연스럽게 '오빠'라고 칭하면서 의지해버리고 위로를 구하는 은우의 모습도 이해되고 말이다.
그나저나 귀에 바람넣으면 얼굴까지 벌개지며 자지러지게 웃는 모습은 완전 진짜같아서 같이 폭소해버림.
연기 너무 잘하시는 거 아냐? ^^

정선아 씨의 은우의 대사는 어찌나 폐부 깊이 찌르고 들어오는지 완전 공감하면서 봤다.(그래, 나도 같은 나이ㅠㅠ)
거기다가 은우와 한몸이 되어서는 서른이 넘은 여자에 대한 처절한 외침과 울부짖음의 설득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극단 간다의 연극(거울공주, 더마스크, 노래방 등등)에서도 이 분이 등장할때마다 웬지모를 그 처절한(?) 연기에 항상 웃음짓고는 했는데, 여기서도 마찬가지.
두 남자 사이에서 씩씩하게 자신을 미녀라고 세뇌(!)시키는 그녀가 참 귀여워보였다.
이 어찌할 수 없는 귀여움이, 사람의 내면을 먼저 들여다보는 준석이에게도 보였으리라.

20대 초반의 게이, 에이즈 환자, 게이가 아닌 게이인 척하는 남자를 좋아해버린 준석, 그리고 사람의 내면을 먼저 볼 줄 알며, 자신에게 보내는 팬레터와 펜팔에 일일이 답장을 보내는 따뜻한 인간.
그래, 준석이는 남자이지만, 게이이지만, 그보다 먼저 사랑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었기에 정진이도 그를 좋아하게 되버린 것일 것이다.

그들에게는 아직 가야할 길이 있다. 정진의 작은 방안에서 현실을 외면하면서 얻어냈던 조용한 평화를 정진의 고향 여수에서도 과연 이뤄낼 수 있을지도 숙제이고, 과연 게이가 아닌 정진과 게이인 준석이의 플라토닉한 사랑이 계속될 수 있을지도 숙제.
사랑에 숙제가 있으랴만은, 그래도 플라토닉한 사랑은 언젠가 한계가 올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니 말이다.
하지만 이런 모든 것을 제쳐놓고라도,
두 남자의 어찌할 수 없는 사랑에 은우의 상처받은 마음이 치료받은 아름다운 일요일이 있는 한,
웬지 그들에게는 밝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정진의 '소녀'같은 어머니도 계시고...^^


덧.
정일우의 준석은 딱 10%가 부족하다. 바로 연기.-_-
이미지는 완전 준석이인데, 정진이에게 터트리는 부분에서 좀더 터트려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그래도 극에 방해될 정도는 아니고, 모두들 얘기하시는 샤방한 웃음 하나로 정말 모든 것이 용서가 되더라~
왜 갑자기 한양레퍼토리인가 했더니, 검색해보니 정말 한양대 연극학과에 들어갔네. 아마 C교수가 꼬셨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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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07 13:07 2010/03/07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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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리체 (2010/03/11 12:51)
    어, 이 연극 보고 싶었어요. 보셨구나.><
    • 노리코 (2010/03/12 12:36)
      정일우가 문제가 아니라 연극 자체가 좋아요~ 꼭 보시라고 추천드립니다. ^^